법원, 한국타이어 ‘돌연사 책임’ 인정
대전지법 "안전보건 관리의무 다했으면 돌연사 발생했겠나"
사측 "돌연사-작업장 환경 연관성 밝혀지지 않았다"
근로자들이 잇따라 돌연사한 한국타이어에 대해 법원이 회사측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강두례 판사는 14일 산업재해 발생 사실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등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한국타이어 이모(52) 공장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또 이 회사 또 다른 공장장 정모(47)씨에게도 같은 죄를 적용해 징역 6월에 집유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연구개발부문 김모(64) 본부장, 중앙연구소 김모(53) 부소장에게도 벌금 400만원씩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두 공장과 연구소는 모두 근로자와 연구원이 돌연사한 곳이다.
법원은 또 송모(54)씨 등 이 회사와 협력업체의 임원 3명에게 벌금 50만∼400만원을 선고했고, 한국타이어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1천만원을 부과했다.
강 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근로자들의 잇단 돌연사와 암 발생 등이 계기가 돼 이번 사건 기소까지 이뤄졌다"며 "사내 안전관리 책임을 맡은 피고인들이 안전보건 관리의무를 다했는데도 돌연사 등이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자들이 고열과 소음, 분진 등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건강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도 관리 책임자들이 근로자의 건강관리 등을 소홀히 한 것과 건강악화 및 돌연사 등이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특히 '무재해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자 피고인들이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감춤으로써 근로자들의 열악한 건강관리 상태가 행정적 관리 감독의 손길을 벗어나게 됐고 근로자들은 건강관리 기회를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06년 5월∼2007년 9월 전.현직 한국타이어 직원 7명이 잇따라 돌연사하자 대전지방노동청은 같은해 말 특별 감독을 통해 한국타이어가 2005년 이후 183건의 산업재해 사고를 관계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고 건강진단 결과 '일반 질병 요(要)관찰자'로 분류된 직원들에 대해 의사소견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1천394건이나 위반했다며 이중 273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고, 나머지 554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5월 사측과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한 뒤 최고 징역 1년형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노동청 특별감독 때 지적됐던 사항은 모두 개선한 뒤 노동청 확인까지 받았고 무재해 인센티브 제도는 지난해부터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항소 여부는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업인력공단이 2007년부터 2차례에 걸쳐 역학조사를 했지만 돌연사와 작업장 환경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