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필연적 동반자 ‘통증’, ‘근막통’의 대가에게 묻다
기산협
0
4819
2009.11.09 08:23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강윤규 교수
![]() |
|
반면 어깨가 아프냐고 물으면 10명 중 7~8명은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감기와 비교가 안 되게 세상에서 제일 많은 게 바로 이 ‘근막통’이다.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만성적으로 통증이 지속돼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근막통’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오늘도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와 보내는 일편단심 의사가 있다. 바로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강윤규 교수다.
1957년생 강윤규 교수는 1982년도에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여기서 박사학위를 땄으며 미국 텍사스대학교 건강과학센터에서 연수받았으며 전문의가 된 지 올해로 20년째다.
강 교수는 2002년 3차원 통증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손저림증 전기진단기를 개량한 ‘TenElectrodes(텐일렉트로즈)’ 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출원한 바 있으며 2005년 5월에는 근골격계 질환, 신경병증성 통증을 진단할 수 있는 통증진단시스템을 개발해 대한의사협회 의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근막통’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에게 ‘근막통’에 대해 물었다.
◇ “원인을 모른다고 할지언정 없다고 하지마라”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는 직장인이나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 중에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 위에 바위를 얹어 놓은 것처럼 무겁고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며 눈이 빠질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근육이 관절을 움직이는 작용을 하는데 이러한 근육을 각각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막을 ‘근막’이라고 부른다. 이런 근육과 근막이 짧아지고 뭉쳐지면 통증이 생기게 된다.
이렇듯 뒷목, 어깨부위, 등, 허리는 물론이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통증이 생기는데 강 교수는 이런 증상의 대부분이 ‘근막통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특히 원인 없는 통증은 없으며 단지 의사가 모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모르면서 원인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의사라는 것이다. 의사는 원인을 모른다고 할지언정 없다고 하지 말며 어떤 의사든 원인을 모른다면 거기서 끝나지 말고 마지막까지 고려해 볼 것이 바로 이 ‘근막통’이라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근막통은 통증을 보는 중요한 관점이며 통증치료의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의사들이 원인을 모르면서 이상 없음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해결 못하고 끝난 것으로 환자를 위해서는 온 사방에 자신이 모르는 통증이 널려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머릿속 지식은 죽고 나면 그 뿐
X-Ray나 CT촬영으로도 보이지 않는 통증. 강 교수는 암은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통증은 아무나 못 찾는다고 말한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을 환자들이 알기 쉽게 눈에 보이도록 하기 위해 강 교수는 부단히도 노력했다.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 보이지 않는 통증을 컴퓨터 전문가 시스템과 3차원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눈에 보이게 만들고 환자 혼자서도 통증 유발점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강 교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내가 죽어버리면 그 뿐”이라고 말했다.
머리와 목 부분부터 가슴, 등, 다리 등 총 18개 부위의 172개 통증 유발점에 대해 알기 쉽게 그림으로 풀어쓴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강 교수는 “의사들도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고 환자도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환자와 1시간씩 대화했던 젊은 의사 ‘강윤규’
강윤규 교수는 환자와 대화해보면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척 알 수 있다고 하며 예리한 눈빛으로 기자에게도 아픈 곳이 없는지 물었다.
“환자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면 절대로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촉진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처음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는 환자가 많이 없어서 한 환자를 붙잡고 1시간씩도 이야기 했다고 강 교수는 회상했다. 대화가 필요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1시간이 흘러 있었다는 것.
그는 지금 돌이켜봤을 때 그렇게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맞으며 현재 의료현실에서는 수가문제 등 많은 환자를 봐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강 교수는 “지금의 의료현실이 환자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처럼 1시간씩 대화는 나누지 못하지만 매일 아픈 것을 기록하도록 하는 통증일기(pain diary)를 작성하도록 해 그것을 가지고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원인을 찾고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이어 강 교수는 현재 병에 걸려 있다는 환자 스스로의 깨달음인 ‘병식(病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통증을 고치기 쉽지 않고 환자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환자들은 자기 방어를 하려고 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 약점을 다 드러내야 고칠 수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 개인의 장애를 뛰어넘은 ‘삶의 질’ 우선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통증이 오래 지속돼 직장도 잃어버리고 우울증까지 오며 잘 낫지 않았던 환자를 꼽은 강윤규 교수는 재활의학을 선택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재활의학이 최근에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으며 나아가야 할 길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 교수는 주저 없이 WHO의 ICF 분류체계로 어떤 장애가 있을 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 모색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ICF는 법과 제도, 사회적 차별을 두루 포함하는 분류체계로 이것이 도입되면 국가에서 장애등급만 정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환경이나 경제력 등 개인별 차이를 고려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강 교수의 연구실에는 ‘무릎을 펴라’라는 문구와 ‘삶’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는데 ‘스트레칭’을 강조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강 교수는 “근막통 증후군은 심할 경우 우울증까지 겹쳐 꾸준히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가정사나 직장 스트레스는 병을 안 낫게 하고 더 심해지게 하는 주범이다”라며 ‘긴장’과 ‘반복’으로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은 피하고 너무 안 쓰는 것과 무리하는 것의 밸런스를 맞추는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윤규 교수는
1957년 출생
1976년 서울 신일고등학교 졸업
1982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3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1997년 미국 University of Texas Health Science Center, Department of Medicine, Immunology Division 연수
1989~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