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음주' 産災 불인정 판결 잇따라
기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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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2 13:30
업무상 필요로 술을 마시다 간질환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하다는 1심 판결이 항소심 재판부에서 잇따라 깨지고 있다.
서울고법 특별7부(홍성무 부장판사)는 강원도 공무원인 이모(55)씨가 "업무상 잦은 술자리와 과로ㆍ스트레스로 간질환이 악화됐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만성 B형간염에 감염된 후 업무상 필요에 의해 음주를 계속함으로써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만성 B형간염이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됐다는 것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은 "김씨가 B형간염에 감염될 즈음 민원해결을 위한 잦은 술자리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간염 항체형성을 방해받아 만성간염에 걸린 뒤 계속해서 간염과 간경변이 간암으로 악화됐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었다.
신문사 광고국에서 20년간 근무하며 1주일에 다섯 차례 가량 소주와 폭탄주를 마시다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진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올해 초 서울고법 특별11부는 과도한 접대와 회식 때문에 간암으로 숨진 신문사 광고국 조모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음 후에도 정상근무하는 등 피로가 겹쳐 간질환이 악화됐다는 1심 법원의 판단과 달리 "조씨가 업무상 잦은 접대를 하면서 술을 자주 과음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만성B형 간염을 간암으로 악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원고들이 업무상 잦은 술자리에 참석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술자리 외에도 민원을 해결하거나 영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만큼 업무상 음주 주장은 점점 배척받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