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판별에는 과학잣대만 적용할 뿐"

기산협 보도자료

직업병 판별에는 과학잣대만 적용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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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장 `백혈병 괴담` 조사하는 박정선 직업병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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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에 이어 최근 논쟁이 불붙은 반도체공장 백혈병 `괴담`.

지난 7일 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삼성반도체에 이어 하이닉스에서도 지난 10년간 백혈병으로 9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나왔다.

여야 의원 모두 많은 관심을 보냈지만 정작 반도체공장 백혈병 관련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 박정선 소장(55)은 담담했다.

박 소장은 9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조사하고 있는)지금은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다"며 "반도체 작업환경이 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할 때는 단순히 환자 숫자뿐만 아니라 모집단 크기, 발생률, 발병기간, 성별ㆍ연령 같은 비교지표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업병연구센터는 12월께 이번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자신은)공기업 근로자이기에 앞서 예방(산업)의학 의사"라며 "전 세계 의학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사한 뒤 결과 보고서를 내고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혈병 괴담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조사를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으며 노사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30년간 예방의학 분야를 공부한 베테랑 의사다. 이 중 13년을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보냈으며 나머지 17년을 산업안전공단에서 산업의학 분야에서 일했다. 월급은 동년 의사보다 적다고 한다.

"학창시절 예방의학이 `큰 의사`가 되는 길이라는 은사님 조언이 제 진로를 바꿨습니다. 사람 인체를 연구해 병을 낫게 하는 것만큼이나 질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박 소장은 1995년 양산에 있는 한 공장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생식기능장애 원인을 규명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박 소장은 역학조사팀 6명을 인솔하는 역학조사총괄반장으로 일하며 화학물질 `2-브로모프로페인`이 원인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제학술대회에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박 소장은 "당시 새로운 직업병 발견이 회사에 큰 손해를 미칠 수 있어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명확한 근거를 갖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했다"며 "어떤 사건이든 소신 있게 처리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애를 먹었다. 한국타이어 유가족이 산업안전공단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심정적으로는 유가족이 참 안됐다는 생각에 가슴 아팠지만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타이어 사건과 관련해 산업안전공단은 `심장성 돌연사 유발요인으로는 작업장 내 고열이, 관상동맥질환 위험요인으로는 교대작업과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소장은 "예방의학에서 파생된 산업의학은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라며 "여기에는 엄격한 과학적 판단만이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가 나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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