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괴업체 건강검진 허술

기산협 보도자료

비파괴업체 건강검진 허술

기산협 0 4767
세 명의 비파괴검사 근로자가 집단으로 백혈병에 걸린 울산발(發) 방사선 과다피폭 사고는 ‘허술한 법제도-사업주의 안전불감증-비현실적인 하청 단가계약’이라는 삼박자가 빚어낸 종합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공동으로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있는 산업현장을 현장감독한 결과 이런 정황이 포착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현장감독은 선박이나 파이프 등 철물 용접부위에 방사선을 투과해 불량을 찾아내는 비파괴검사가 도급으로 이뤄지는 현대중공업, 세진중공업, 성진지오텍(3,4공장), 대경테크노스 등 5개 공장에서 진행됐다.


여기서 특별한 법 위반사항은 적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 5개 현장의 비파괴검사 작업을 하도급 받아 참여한 4개 업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특수검진기관을 직원 건강검진기관으로 정한 업체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언제라도 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있는 비파괴검사 근로자들이, 산업의학전문의조차 없는 일반병원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오다 백혈병을 키울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실제 집단으로 백혈병에 걸린 비파괴검사 업체 K사 직원 세 명도 일반병원에서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아왔다. 이 병원은 K사 직원들이 백혈병 확진을 받기 몇 해 전부터 “혈구수치가 떨어지고, 빈혈증세도 있다”는 진단을 했지만, 방사선 피폭과 같은 업무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소견은 내놓지 못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김경식 감독관은 “산업의학전문의가 있는 특수검진기관에서 검진을 받았다면 곧바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적절한 소견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폐렴 의심 환자에게 감기 진단을 내린 격이다보니, 직원들이 혈액이상 진단을 받고도 빈혈약만 챙겨먹은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원인은 비파괴검사업체가 아닌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있다.


특별법인 원자력안전법은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경우 매년 백·적혈구 수 등의 혈액검사와 심폐기능검사 등을 받도록 규정하면서도, 특수검진기관에서 건강진단을 받도록 규제하지는 않았다.


하위법인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의 근로자는 특수검진기관에서 건강진단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원자력안전법이 되레 규제를 느슨하게 푼 셈이다.


이런 문제는 병원으로부터 정확한 소견을 받지 못한 비파괴검사 업체들이 그나마 원자력법에서 규제한 ‘방사선 장해를 받았거나 받은 것으로 보이면 지체없이 보건조치를 취하고, 매년 건강진단 기록을 작성·보존하라’는 규정을 가볍게 여기는 빌미로 작용됐다.


울산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에 울산에서 일어난 방사선 피폭사고는 허술한 법제도와 사업주의 안전불감증, 그리고 비파괴업계의 저가수주 경쟁이 부른 인재(人災)”라고 했다.


한편 울산의 특수검진기관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굿모닝병원, 대한산업보건협회 등 5곳으로 모두 12명의 산업의학전문의가 배치돼 있다.

,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