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 비만대책 ‘발등의 불
기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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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17:43
영국. 세계 최초 비만관리 차관보 신설…싱가포르, 어린이 식습관 개선 중점 추진
"비만을 지구온난화나 조류 인플루엔자(AI) 같은 수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각국이 정치적 의제로 삼아 공동 대처하지 않으면 비만으로 인한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문제는 심각하며 비만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TO)가 2006년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채택한 ‘유럽비만저지헌장’의 내용 일부다. 사실 세계 선진국들은 ‘비만저지헌장’을 채택하기 전부터 나름대로 비만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 왔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비만율을 ‘자랑’하는 영국, 또 유럽에서 유일하게 비만율이 감소하고 있는 프랑스, WTO가 어린이 건강 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평가한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비만 대책을 소개한다.
프랑스
‘프랑스 여자는 왜 살이 찌지 않을까’는 프랑스 여성 미레이 쥐리아노가 쓴 책이다. 이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유럽 국가 중에서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낮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 못지않게 지방을 많이 섭취한다. 그럼에도 심장병 발생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최근 들어 어린이의 비만율이 떨어진 유일한 유럽 국가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프랜치 패러독스’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프랑스 인들이 비만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레이 쥐리아노는 “적포도주 덕분”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프랑스와 비슷한 기후를 갖고 적포도주를 즐기는 지중해 연안국가에선 ‘프랜치 패러독스’를 발견할 수 없다.
어떻든 프랑스가 2005년 학교 내에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식료품의 TV 광고에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싣도록 한 직후 비만 아동 수가 줄었다. 지난해 프랑스의 조사 대상 학생 가운데 비만과 과체중으로 분류된 비율은 각각 3.0%와 15.8%였다. 이는 2000년의 3.8%와 18.1%보다 줄어든 수치다. 메디컬뉴스투데이가 최근 EU 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영국
지난 25년 동안 영국은 비만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 성인 4명 중 한 명이 비만인 ‘풍만한 사회’가 됐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10년 19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20%가 비만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의 방송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2005년 8월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만 관리를 담당하는 ‘피트니스 차관보’ 자리를 신설했다. 영국은 심지어 패스트푸드와 소프트드링크에 비만세 부과를 고려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의 의지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2004년부터 시작한 ‘건강 선택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병원·직장 등의 표준 음식을 규정하고 또 모든 음식에 설탕·소금·지방 함유율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05년부터는 교통부가 실시하던 ‘걷고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확대하여 ‘운동 선택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동들의 체육교육, 운동, 야외활동을 늘이는 데 목적이 있다. 영국은 또 정부 차원에서 생활 속 작은 습관을 바꿔 질병을 예방하자며 ‘승강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운동’ 등을 전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아동 비만 문제 해결에서 어느 나라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나라다. 특히 식습관과 생활 개선 문제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다룬 첫 번째 국가다. 1992년 비만, 신체활동 감소, 흡연 등 만성질환 위험인자에 대한 생활습관 개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TAF(Trim and Fit) 프로그램은 정부 차원의 비만 대책의 효시다. 이 대책은 어린이의 식습관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릴 적 식습관이 성인이 됐을 때의 건강은 물론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TAF 프로그램은 학동기 아동에 대해 교육부와 보건성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중 초등학교에서 대학 입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싱가포르는 어린이들의 매주 운동시간을 정하고 건강과 체력에 대한 토론을 유도했다. 심지어 매일 2가지 채소, 2가지 과일 먹기를 권장하거나 ‘채소·과일 먹는 날’을 제정하거나 아이들의 야외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함께 운동하는 날’과 같은 기념일을 ‘제정’했다. 이 밖에도 녹색 라벨 제도의 도입, 튀긴 음식 판매 횟수 제한, 청량음료 판매 제한 등도 그 프로그램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또 학교마다 과체중아를 위한 특별 신체활동 프로그램과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고 극도로 뚱뚱한 아동(비만도 160% 이상)은 건강증진국(Health Promotion Board)에 위탁하여 의학적 검진과 영양 상담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체력 측정 테스트 통과 비율을 80.3%(1992년, 57.8%)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유병률은 초등학생의 경우 14%에서 10%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프로그램이 어린이 건강 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고 선정했다.
캐나다
캐나다는 2002년 캐나다 연방·지방보건성은 비만과 만성질환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총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게 특징이다. 이 정책은 ‘건강한 생활(Health Living) 전략’이다. 이런 통합된 정책은 한국의 노사정위원회처럼 여러 이해단체를 끌어들어 국민건강 관련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전략원탁회의’를 만들었다. 또 이‘전략원탁회의’의 토론과정을 거쳐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전략은 2003년 9월 연방정부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4년 9월 정부와 민간기관 비정부기구의 대표가 참여해서 만든 ‘분야 간 건강한 생활 네트워크 협력위원회’도 비만 해소를 위해 중추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Health Living 전략’의 2015년 목표는 정상 체중인 캐나다인의 비율을 20% 증가하는 데 있다.
<참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보건보지부에 보고한 논문인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전략 개발 연구’>
"비만을 지구온난화나 조류 인플루엔자(AI) 같은 수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각국이 정치적 의제로 삼아 공동 대처하지 않으면 비만으로 인한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문제는 심각하며 비만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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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TO)가 2006년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채택한 ‘유럽비만저지헌장’의 내용 일부다. 사실 세계 선진국들은 ‘비만저지헌장’을 채택하기 전부터 나름대로 비만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 왔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비만율을 ‘자랑’하는 영국, 또 유럽에서 유일하게 비만율이 감소하고 있는 프랑스, WTO가 어린이 건강 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평가한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비만 대책을 소개한다.
프랑스
‘프랑스 여자는 왜 살이 찌지 않을까’는 프랑스 여성 미레이 쥐리아노가 쓴 책이다. 이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유럽 국가 중에서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낮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 못지않게 지방을 많이 섭취한다. 그럼에도 심장병 발생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최근 들어 어린이의 비만율이 떨어진 유일한 유럽 국가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프랜치 패러독스’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프랑스 인들이 비만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레이 쥐리아노는 “적포도주 덕분”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프랑스와 비슷한 기후를 갖고 적포도주를 즐기는 지중해 연안국가에선 ‘프랜치 패러독스’를 발견할 수 없다.
어떻든 프랑스가 2005년 학교 내에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식료품의 TV 광고에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싣도록 한 직후 비만 아동 수가 줄었다. 지난해 프랑스의 조사 대상 학생 가운데 비만과 과체중으로 분류된 비율은 각각 3.0%와 15.8%였다. 이는 2000년의 3.8%와 18.1%보다 줄어든 수치다. 메디컬뉴스투데이가 최근 EU 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영국
지난 25년 동안 영국은 비만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 성인 4명 중 한 명이 비만인 ‘풍만한 사회’가 됐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10년 19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20%가 비만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의 방송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2005년 8월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만 관리를 담당하는 ‘피트니스 차관보’ 자리를 신설했다. 영국은 심지어 패스트푸드와 소프트드링크에 비만세 부과를 고려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의 의지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2004년부터 시작한 ‘건강 선택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병원·직장 등의 표준 음식을 규정하고 또 모든 음식에 설탕·소금·지방 함유율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05년부터는 교통부가 실시하던 ‘걷고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확대하여 ‘운동 선택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동들의 체육교육, 운동, 야외활동을 늘이는 데 목적이 있다. 영국은 또 정부 차원에서 생활 속 작은 습관을 바꿔 질병을 예방하자며 ‘승강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운동’ 등을 전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아동 비만 문제 해결에서 어느 나라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나라다. 특히 식습관과 생활 개선 문제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다룬 첫 번째 국가다. 1992년 비만, 신체활동 감소, 흡연 등 만성질환 위험인자에 대한 생활습관 개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TAF(Trim and Fit) 프로그램은 정부 차원의 비만 대책의 효시다. 이 대책은 어린이의 식습관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릴 적 식습관이 성인이 됐을 때의 건강은 물론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TAF 프로그램은 학동기 아동에 대해 교육부와 보건성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중 초등학교에서 대학 입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싱가포르는 어린이들의 매주 운동시간을 정하고 건강과 체력에 대한 토론을 유도했다. 심지어 매일 2가지 채소, 2가지 과일 먹기를 권장하거나 ‘채소·과일 먹는 날’을 제정하거나 아이들의 야외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함께 운동하는 날’과 같은 기념일을 ‘제정’했다. 이 밖에도 녹색 라벨 제도의 도입, 튀긴 음식 판매 횟수 제한, 청량음료 판매 제한 등도 그 프로그램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또 학교마다 과체중아를 위한 특별 신체활동 프로그램과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고 극도로 뚱뚱한 아동(비만도 160% 이상)은 건강증진국(Health Promotion Board)에 위탁하여 의학적 검진과 영양 상담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체력 측정 테스트 통과 비율을 80.3%(1992년, 57.8%)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유병률은 초등학생의 경우 14%에서 10%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프로그램이 어린이 건강 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고 선정했다.
캐나다
캐나다는 2002년 캐나다 연방·지방보건성은 비만과 만성질환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총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게 특징이다. 이 정책은 ‘건강한 생활(Health Living) 전략’이다. 이런 통합된 정책은 한국의 노사정위원회처럼 여러 이해단체를 끌어들어 국민건강 관련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전략원탁회의’를 만들었다. 또 이‘전략원탁회의’의 토론과정을 거쳐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전략은 2003년 9월 연방정부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4년 9월 정부와 민간기관 비정부기구의 대표가 참여해서 만든 ‘분야 간 건강한 생활 네트워크 협력위원회’도 비만 해소를 위해 중추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Health Living 전략’의 2015년 목표는 정상 체중인 캐나다인의 비율을 20% 증가하는 데 있다.
<참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보건보지부에 보고한 논문인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전략 개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