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간 15명 돌연사’한국타이어 공장 가보니

기산협 보도자료

1년6개월간 15명 돌연사’한국타이어 공장 가보니

기산협 0 4789
일 정오 대전광역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 내 운동장에서는 식사를 마친 직원 30여 명이 여러 팀으로 나눠 족구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30여 명의 직원들이 멍하니 운동장을 바라보거나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서 ‘인터뷰 좀 할 수 있느냐’고 요청하자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한 직원이 “TV에서 ‘죽음의 공장’이라는 방송이 나간 후 직원들이 의기소침해 있다”며 “기자에게 말 실수라도 할까 봐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줬다. 계속 말을 걸자 팀장급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직원은 “TV에서 우리 직장 상황을 일방적으로 왜곡해서 회사를 죽이고 있다”며 분노했다. 반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TV 보도와 관계없이 직원들이 연이어 죽은 건 사실 아니냐. 불안하다”고 말했다. 입장은 달랐지만 두 직원 모두 “회사가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년 6개월 동안 15명 사망

국내 최고의 타이어 업체인 한국타이어가 창사 6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직원들의 연이은 돌연사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2006년 5월부터 최근까지 1년 6개월 동안 총 15명의 전·현직 직원이 사망했다. 이 중 7명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나머지 8명은 암, 사고, 화상, 자살 등이 원인이다. 문제는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7명 중 과로사로 판명된 2명을 제외한 5명의 사망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이 사실은 지난 4일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당시 방송은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과 억압적인 회사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직후 한국타이어에는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홍지은(가명·34)씨는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와 민주노동당은 한국타이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설 태세다.
◆회사측 “왜곡됐다” 주장

회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병관 기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TV 프로그램이 회사측에 불만을 품은 특정 직원이 제보한 자료와 동영상만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에서 방송내용 중 특히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쥐를 대상으로 한국타이어에서 사용 중인 솔벤트란 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실험한 것. 방송에 따르면 솔벤트를 흡입한 쥐들은 행동이 느려지고 심장·뇌·간 등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문달용 상무는 “회사 내부의 작업 환경과 전혀 다른 밀폐된 상태에서 단기간에 높은 농도의 솔벤트를 주입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한국타이어 사업장은 넓고 환기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유해 화학물질 농도가 정부가 제시한 안전 기준치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직접 솔벤트 유해성 여부를 실험했던 성균관대 독성학연구실 이병무 교수도 “이번 실험은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을 고려한 실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결과를 토대로 한국타이어 작업환경이나 직원 사망 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방송 프로그램의 방송 관계자는 그러나 회사측 주장에 대해 “유족의 제보를 받은 후 다양한 경로로 취재를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한국타이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른 타이어 회사에서 없었던 일이 왜 한국타이어에서만 일어났는지 회사나 노조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12월에 가려질 듯

현재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사인규명에 대해서는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공단에 의해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는 12월 말쯤 나온다. 결국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정확한 사망원인과 이에 대한 회사의 책임 여부는 12월 말에나 가려진다는 얘기다. 허기열 한국지역본부장은 “조사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이고 그와 상관없이 작업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만 이번 일로 66년 동안 지켜왔던 회사의 좋은 이미지가 추락할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이어 기업으로 지난 1941년 설립됐다. 국내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황금어장인 중국에서도 시장점유율 25%로 1위다. 세계 타이어업계 7위에 랭크 돼있다. 1962년 국내 최초로 타이어를 수출하는 등 일찍부터 해외진출에 앞장서왔다. 현재 중국과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올해 매출 3조3000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3조원 시대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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