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났느냐고? 아닌데…''얼굴정맥류의 고민''
기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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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7 10:20
“보는 사람마다 화가 났느냐고 물어본다니까요. 남의 속도 모르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곽성희(27·서울 강남구 도곡동)씨의 말이다. 김씨는 얼굴에 혈관이 튀어나와 있다. 특히 이마와 눈 주위에 푸르스름한 색깔의 혈관이 나와 있어 인상이 거칠고 고집이 세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침마다 두꺼운 화장으로 문제의 혈관을 가리고 있으나 요즘 같은 여름철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땀으로 화장이 쉽게 지워지기 때문이다. 수술 후 흉터가 남지 않으면서 이같은 얼굴 혈관 확장증(얼굴 정맥류)을 감쪽 같이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얼굴 혈관 확장증 원인=정맥류란 피부 바깥층으로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왔거나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생명에 위협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외관상 확연하게 나타나는 문제들 때문에 환자에게 심적 부담을 주게 된다. 심각한 경우에는 대인관계 기피는 물론 우울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정맥류를 ‘희귀질환’쯤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성인의 10∼20%에서 정맥류가 발생될 만큼 매우 흔하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정맥류 환자가 2배 정도 많고, 50세 이상의 여성은 2명 중 1명이 정맥류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발병 원인은 정맥을 통과하는 피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나타나는 것. 정체된 피가 혈관의 압력을 높이게 되고 이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게 된다. 더 진행되면 그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혈전이 형성되면서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변형된다. 정맥으로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유전, 약물, 호르몬, 비만, 노화 등이 지목되고 있다. 또 선천적으로 정맥 혈관벽이 약한 경우에도 정맥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부위별 정맥류의 특징=정맥류는 다리에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얼굴이나 팔, 손 등 다양한 곳에 생길 수 있다. 또 발병 부위에 따라 형태도 차이를 나타낸다.
먼저 얼굴혈관 확장증은 혈관이 이마, 눈꺼풀 주위나 눈 아랫부분에 굵게 튀어나와 있고, 뺨 주변은 혈관이 파랗게 비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튀어나온 혈관들이 마치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져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질적이거나 괴팍한 사람으로 오인받기 십상이다. 당연히 이들 환자들은 다른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꺼리게 된다. 또 다른 부위의 정맥류보다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고 옷 등으로 감출 수 없어 환자들의 심적 부담이 그 어느 정맥류 환자보다 크다. 여성들의 경우 피부 화장을 두껍게 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도록 하고 얼굴도 인위적으로 보이게 한다. 또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화장이 땀으로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튀어나온 혈관을 감추는 것도 어려워진다.
손등이나 팔에 생긴 정맥류는 피부 바깥으로 혈관이 지나치게 튀어나온 형태가 많다. 팔과 손등에는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과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환자들은 심하게 튀어나온 혈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늘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특히 직업상 외부인과의 만남이 잦은 사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당연히 업무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다리의 경우는 굵은 혈관이 꾸불꾸불하게 꼬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긴 바지를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여성 환자들은 아무리 각선미가 좋다 해도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는 것이 쉽지 않다. 상당수 환자들은 이런 문제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
◆얼굴 혈관 확장증의 치료=얼굴 혈관 확장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의 길이가 조금씩 늘어나고 튀어나오게 된다. 또 방치하게 되면 혈액의 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정맥류는 대부분 외과적 치료를 시행했다. 가벼운 증상에는 경화요법, 혈관이 굵거나 많이 튀어나온 경우에는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로 치료한 것. 경화요법은 혈관경화제를 주사하여 혈관을 굳히는 방법이다. 시술 중 통증도 심하고 간혹 주위 신경이나 동맥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수술 요법은 마취를 통해 피부를 절개한 후 병변 부위의 혈관을 도려내는 것. 때문에 흉터가 남는 단점이 있다. 또 통증과 출혈이 심해 일상생활에의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과적 치료 말고 레이저 치료로 시술하면 이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에는 브이엘에스 레이저, 지빔 레이저 치료 등이 있다. 브이엘에스 레이저의 경우는 2㎜ 이하 혈관에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지빔 레이저는 정맥 혈관 두께가 8㎜를 넘지 않는다면 얼굴, 팔, 다리 등의 부위에 이르기까지 관계없이 시술이 가능하다. 이들 치료는 문제가 생긴 혈관 속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레이저의 열로 정맥 속의 혈액을 응고시켜 혈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레이저와 동시에 냉각기가 분사되어 피부 표면을 차갑게 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또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것이 강점이다.
단 1회의 시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며, 시술 직후 세안이나 화장이 가능하다. 단 정맥류가 두꺼운 경우에는 한달 간격으로 2∼3회 정도 치료해야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시술 시간은 10분 내외. 따라서 바쁜 생활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나 시술 후 남는 흉터가 부담이 되는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