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CSI는 범죄현장서 ‘죽음’을 마신다

기산협 보도자료

한국의 CSI는 범죄현장서 ‘죽음’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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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부경찰서 정택규, 충남 서천경찰서 장영현, 전남 순천경찰서 손용전, 부산 ㄱ경찰서 권아무개, 대구 ㅈ경찰서 이아무개 경사, 경북 ㅇ경찰서 김아무개 경장. 사건 현장에서 지문 감식 등을 해온 2~10년 경력의 과학수사 경찰들이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 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전국 일선 경찰서의 과학수사 경찰들의 암 발병이 잇따르면서 원인이 감식에 사용하는 각종 화학물질들에 의한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정·장·손 경사는 간암으로 이미 숨졌고, 나머지 세 사람도 폐암과 혈액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숨진 정 경사를 치료했던 충남대병원 내과 의료진은 1일 “정 경사는 만성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이 관찰돼 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았다”며 “업무상 과로에다 유독한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돼 지병이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요원들 암 발병·사망 잇따라…감식에 쓰이는 분말·질산은등 유독성
안전장구는 보안경·장갑·마스크뿐…근무환경-암발병 상관관계 조사 시급



전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과학수사 요원은 750여명이다. 지금까지 전·현직 요원들의 암 발생률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근무환경과 암 발병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경찰이 지문 채취에 쓰이는 분말류는 밀가루 입자보다 작고 접착력이 강해 호흡기 등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오면 제거가 어렵고 암이나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흔이나 화재원인 감식 등에 쓰이는 질산은과 요오드, 염화아연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작업환경 측정 대상 유해인자’로 규정된 유독물질들이다. 그럼에도 과학수사 요원들의 안전 장구는 보안경과 옷, 장갑, 마스크가 전부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업무가 경찰 안에서 한직이다 보니 감식용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걸맞은 안전 장구를 개발하거나 무해한 물질로 대체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며 “직업과 암 발병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병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는 “경찰이 법에 유해인자로 규정된 화학물질들로 감식 작업을 하면서 실험용 밀폐투명상자조차 사용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감식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구체적 유해성이 확인된 바 없다”며 “그러나 안전한 감식업무 수행을 위해 (과학수사팀의 감식실에) 공기정화기를 설치해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해한 현장 맨몸 감식…“경력 쌓일수록 만신창이”


과학수사팀 활동 어떻게


경찰은 살인 등 사건이 일어나면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과학수사팀’을 투입한다.

과학수사팀은 범행 현장에서 용의자가 남긴 지문, 혈흔, 족적 등 수사 단서를 찾는다. 살인사건이라면 피해자의 사망 직접 원인과 사용된 범행 도구는 무엇인지, 어떻게 숨졌는지 등도 조사한다. 이들은 조사 대상 종류에 따라 분말법, 액체법, 기체법 등 여러 기법을 동원한다.

분말법은 유리나 철제처럼 액체가 흡수되지 않는 물품에 접착력이 강한 고운 입자를 붓에 묻혀 지문을 채취하는 기법이다. 탄소 성분의 흑색분말, 알루미늄 성분의 은색분말, 유기염료 성분인 형광분말 등을 사용한다. 흑색분말 입자는 밀가루의 100분의 1 크기로, 호흡기 암 등의 원인물질로 지목되고 있다. 액체법은 아세톤과 닌히드린, 석유에테르 등에 탄산나트륨 등 보조제를 넣은 용액을 종이나 천 등에 분사시켜 지문 등을 찾는다.

기체법은 투명상자에 감식 대상 물품을 넣고 기체를 발생시켜 흔적을 찾는데, 이때 발생하는 기체는 톨루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려면 주변을 환기시키고 밀폐 투명상자(실험용 후드), 마스크, 보안경, 장갑 등을 착용해야 하지만 이런 수칙을 지키는 과학수사 요원들은 많지 않다. 범행 현장 대부분이 좁고 후미진데다 맨몸으로 감식하는 게 관행화돼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사라져 ‘신속한 감식’을 하려다 보니 화재 현장은 유독가스가 남아 있어도 지체할 겨를 없이 투입된다.

부산경찰청의 한 과학수사 경찰은 “눈과 목은 물론 종종 피부도 따끔거리고 두통과 무기력증에 시달릴 때가 적지 않아 감식 경력이 쌓일수록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며 “정기적으로 정밀 건강검진 및 발병 때 산업재해 수준의 국가보상,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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